신용회복경험담
겉멋이 만든 5,500만 원, 이젠 솔직한 나로 살아갑니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5.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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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채무 발생 전의 일상적인 삶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20대 중반부터 활동해 온 저는, 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수입을 얻는 삶은 남들이 보기엔 멋져 보였을 겁니다.
SNS 팔로워도 조금씩 늘고, 몇몇 브랜드와 협업도 하다 보니 제 자신이 "이제 좀 성공한 아티스트가 되어가는구나"라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를 더 '있어 보이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고급 외제차 리스를 결심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선택이었죠.
2. 전개: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리스료만 한 달에 78만 원. 거기에 보험료, 주유비, 정비비까지 더하면 월 유지비가 100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문제는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수입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일거리가 잘 들어올 땐 괜찮았지만, 코로나 이후 갑자기 프로젝트가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간 리스료를 밀리게 되자 연체 이자까지 붙고, 카드 결제로 돌려막기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카드사 2곳의 현금서비스와 리스회사의 연체금이 쌓여 총 5,500만 원의 채무가 생겼습니다.
"다음 달엔 들어오겠지", "한 건만 성사되면 다 갚을 수 있어"라며 현실을 외면하던 2년이 지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3. 위기: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결정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던 건, 한밤중에 리스회사에서 차량 반납 요청 공문이 날아왔을 때였습니다. 차량 강제 회수 이야기에 숨이 턱 막히고, "내가 이 차를 타기 위해 뭘 잃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친한 작가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선배는 조용히 제 얘기를 듣더니,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제도적 도움을 받아보라"며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알려주었죠.
처음 상담을 예약할 땐 마음이 무겁고 창피했습니다. '예술가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싶었지만, 정작 상담을 받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이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4. 해결: 개인회생 진행 과정
개인회생 신청 후 법원 인가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수입 증빙 자료, 지출 내역, 작업 이력 등을 꼼꼼히 준비했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밤마다 관련 서류를 정리하느라 잠을 줄여야 했죠.
법원 출석일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왜 차를 샀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판사님도 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셨고, 결국 월 31만 원씩 60개월(5년간) 갚는 변제계획으로 인가 결정을 받았습니다.
처음 리스 계약서에 서명했던 그날보다, 그 인가 결정문을 받았던 날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내 그림에 새로운 선을 긋는 순간 같았거든요.
5. 결말: 현재의 변화와 희망
이제는 더 이상 SNS에 보이는 모습에 목매지 않습니다. 외제차도 없고, 카드도 없지만, 제 생활은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작업실까지는 대중교통으로 다니고, 쓰는 만큼만 벌려고 노력합니다.
현재는 개인회생 1년 차. 매달 성실히 납부 중이고, 그 덕분인지 정신적으로 훨씬 안정됐습니다. 그림 작업에도 몰입도가 높아졌고, 최근엔 교육 플랫폼에서 강의 제안도 받았습니다.
저는 이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됐습니다. 겉멋과 허세 대신, 성실함과 진정성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저처럼 무리한 소비나 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체면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개인회생은 실패자가 선택하는 길이 아닙니다. 다시 걷기 위한 길이자, 두 번째 기회입니다.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