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부: 좋아하는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었습니다

저는 31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대학 졸업 후엔 작지만 꿈을 안고 작업실을 차렸습니다. 소득은 들쭉날쭉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죠. 월세 작업실에서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며, 틈틈이 인스타그램과 커미션을 통해 수입을 올렸습니다.

가족과는 떨어져 혼자 살았고, 아직 미혼이지만 친척 동생이 해외 유학을 가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 전개: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빚을 지게 된 계기는 ‘유학비 보증’이었습니다. 외삼촌 댁 사정이 어려워져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 마련이 힘들어졌고, 당시 제가 성인이자 신용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 은행 대출 보증을 서주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3천만 원 정도였죠.

하지만 동생의 유학 생활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환율 상승, 생활비 상승, 학비 연체까지 겹치면서 추가로 카드론을 쓰게 됐습니다. 제가 대신 상환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총 채무가 8천만 원 가까이 되어버렸습니다. 은행 2곳, 카드사 2곳에서 대출과 리볼빙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이자가 이자를 불러오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소득은 여전히 불규칙했고, 두세 달 간 수입이 없던 시기엔 최소 생활비도 카드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죠. ‘내가 어떻게 이 돈을 다 갚지?’ 매일 아침 일어나면 통장 잔고부터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3. 위기: 더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건, 그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작업은 해야 하는데 마음은 무겁고, 클라이언트의 수정 요청에도 짜증부터 났습니다. 소득이 들어오면 이자부터 갚고, 생활은 늘 마이너스. 주변엔 말도 못 했고, 마음속으로는 자책만 가득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카드사에서 압류 경고 문자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진짜 이러다 신용불량자가 되는구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죠. 그날 밤, 오래 연락 없던 친구에게 털어놓았고, 친구가 조심스럽게 “요즘은 개인회생도 많더라, 부끄러운 일 아니야”라고 말해줬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정리’라는 걸요.

4. 해결: 5개월의 절차, 그리고 나에게 맞는 새 계획

개인회생 절차는 솔직히 쉽진 않았습니다. 상담부터 서류 준비, 법원 인가까지 약 5개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프리랜서이다 보니 소득 증빙이 어렵다는 점에서 추가 서류가 필요했고, 매출 자료와 통장 입금 내역, 작업계약서까지 일일이 제출해야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제 불규칙한 소득, 채무 원인, 가족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월 32만 원씩 36개월(3년) 변제 계획을 인가해줬습니다. 다 갚고 나면 남은 채무는 탕감되는 구조죠. 판사님이 “지금 당신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정리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해주셔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초반엔 정말 빡빡했습니다. 외식은 끊고, 작업실도 더 저렴한 곳으로 옮겼죠. 하지만 소비를 줄이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생겼고, 그림 그리는 시간도 예전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5. 결말: 다시, 나의 그림으로 살아가기 위해

지금은 변제 1년 차입니다. 중간중간 일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미리 비상금을 모아두고 준비해서 연체 없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달 갚아가는 금액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그 안에서 규칙적인 삶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입니다.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림도 다시 좋아졌고, 요즘엔 독립 출판 프로젝트도 준비 중입니다.

혹시 지금 빚 때문에 밤잠 못 이루는 분이 계신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회피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세요. 개인회생은 패배가 아니라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나 자신을 믿고 한 발만 내딛어 보세요. 그 한 걸음이 인생을 바꿉니다. 저처럼요.